▲ 의총장 나서는 권성동 원내대표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정회되자 밖으로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30일 의원총회를 통해 새 비대위 구성 방침을 재확인했다.

또 이를 위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 사퇴한 경우를 비대위 전환이 가능한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는 내용으로 당헌 96조1항의 개정안을 추인했다.

새 비대위 구성 방침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 다음날이었던 지난 27일 의총 결론을 사흘 만에 재확인한 것이다.

'즉각 사퇴' 요구가 분출했던 권성동 원내대표의 거취는 추석 전 새 비대위 출범 전까지 결론을 유보하기로 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새 비대위 구성을 위해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으로서 일단 약 열흘간 당 수습의 키를 쥐게 된 셈이다.

당 안팎에선 이날 의총의 결론이 권 원내대표에 대한 완전한 재신임보다는 '선(先) 수습·후(後) 거취 정리'로 요약되는 '질서 있는 퇴각' 쪽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법원의 결정으로 일순 지도부 진공 상태를 맞게 된 상황에서 원내대표마저 교체된다면 당헌·당규 개정 작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에 따른 것이다.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도 권 원내대표에게 사태 수습을 맡긴 뒤 스스로 퇴로를 열어주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말도 당 안팎에서 나왔다.

실제로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 사이엔 당 수습 방안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친윤(친윤석열)그룹이 다수인 재선의원들도 의총 종료 후 권 원내대표에게 일단 수습의 키를 맡기고 새 비대위 체제로 나아가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지도부 공백과 권 원내대표 거취 문제가 엉켜 난맥상이 지속할 경우 국정운영에 부담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당내 친윤 그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모양새다.

▲ 국민의힘 재선의원 기자회견국민의힘 이철규 의원 등 재선의원들이 30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당내 상황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조속히 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철규, 이만희, 정점식, 송석준 의원. 

이날 국민의힘 의원 80여명은 국회 본관에 모여 약 4시간 동안 비공개 의총을 열었다. 이날 의총은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해 점심시간에 잠시 중단된 뒤 오후 2시부터 재개됐다.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한 찬반부터 권 원내대표의 거취 논란과 이준석 전 대표와의 관계 개선 등 대혼돈 상황에 대한 갑론을박이 분출됐다.

의총 참석자들에 따르면 오전 의총에선 권 원내대표가 수세로 몰리는 형국이었다고 한다.

일부 의원들은 개정될 당헌·당규 내용을 놓고 법률지원단장이자 당헌 개정안의 성안 작업을 맡았던 유상범 의원에게 집중 질의했다.

이 과정에서 개정안이 비대위를 좌초시킨 법원의 결정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 이번 당헌 개정이 이준석 전 대표의 복귀를 완전히 차단하고 새 비대위를 꾸리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취지였다.

서병수·조경태·윤상현 의원 등 중진의원들은 당의 비상상황을 초래한 책임을 지라며 '권성동 사퇴론'도 집중 거론했다.

윤상현 의원은 오전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당헌 개정과 권 원내대표 유임에 반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를 법치와 공정·상식의 대명사로 모셔왔는데 우리 당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거리가 있다"며 "결국 원내지도부가 길을 잃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의원총회에서 발언하는 권성동 원내대표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러나 점심식사 후 오후 2시부터 다시 열린 오후 의총에선 분위기가 반전됐다.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난 27일 의총의 결론을 뒤집기보다는 일단 권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 새 비대위를 띄우는 데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적지 않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새 원내대표가 기존 비대위를 통해 당헌·당규 개정과 새 비대위 출범까지 이끌기엔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거취 논란에도 불구하고 권 원내대표가 수습 과정을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인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자유토론에서 "권 원내대표가 무슨 욕심이 있겠나. 후임자에게 자리를 물려주려고 해도 시간이 필요한 것 아닌가. 권 원내대표 스스로도 '자기 욕심은 안 부린다'고 해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정책위의장은 또 "여당이니까 사태수습부터 한 후 혼란 없이 추석 전에는 원내대표 후임자를 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대선과 인수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수행팀장이었던 초선의 이용 의원도 마이크를 잡고 "지난 주말 의총에서 충분히 이야기하고 결의했으면 지켜야 한다. 그때의 말을 번복하면 안 되지 않느냐"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던 이 의원의 이런 발언 을 두고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이 실린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고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의원이 의총 중간에 등장하자 이목이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며 "이 의원의 발언이 윤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도 자유토론에서 "의원들 80명에 가까운 동의로 원내대표에 당선된 권 원내대표가 마무리할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권 원내대표에게 힘을 보탰다.

의총 이후 초·재선 의원들은 각각 모임을 가진 뒤 브리핑을 통해 의총 결론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개별 기자회견과 사회관계서비스망(SNS) 등을 통해 '권성동 흔들기·비대위 반대' 여론전에 나선 일부 중진의원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 의총장 나서는 주호영과 안철수 직무가 정지된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안철수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정회되자 밖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새 비대위를 출범시켜 국민의힘이 무난히 정상궤도로 진입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당장 이준석 전 대표 측은 새 비대위가 현실화한다면 당헌·당규 개정 과정에서부터 추가 법적 대응으로 제동을 걸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새 비대위 전환에 반대하며 "전국위를 소집할 수 없다"고 밝혀왔던 전국위 의장 서병수 의원의 입장도 변수다.

서 의원은 다만 이날 의총 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소집 요구 사안에 '어떤 것을 고쳐달라'고 하는 내용도 구체적으로 못 받았다. 얘기를 들어 내용을 조금 알고 있지만, 그걸 들고 생각을 좀 해서 입장 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여지를 남긴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새 비대위 출범과 권 원내대표 거취를 놓고 부정적인 뜻을 재확인하면서 "이런 의견을 의총에서 개진했는데 그게 지금 받아들여진 것 같진 않습니다만 앞으로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도 향후 당 재건 과정에서 뇌관이 될 전망이다.

이날 의총에서도 "권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이 전 대표를 만나 정치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서병수 전국위의장)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해진 의원은 의총 후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퇴로를 열어주는 문제가 중요한데, 당이 이에 대한 고민 없이 직진만 하는 것이 매우 염려스럽다"고 적었다.

한편 이날 의총에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2선 후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친윤 그룹 일부 의원들은 "정권교체에 윤핵관들이 고생했고, 자리를 탐하지 않았는데 왜 물러나라고 하는가. 윤핵관 중 내각에 들어간 사람이 없는데 물러나라면 어디까지 물러나라는 것이냐"는 취지로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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