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역명 병기’ 사업 공공성 우선 돼야

강형구 기자 | 기사입력 2023/07/08 [14:40]

[기자의눈]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역명 병기’ 사업 공공성 우선 돼야

강형구 기자 | 입력 : 2023/07/08 [14:40]

 발산역.



최근 서울교통공사는 ‘역명병기 유상판매’ 공고를 진행했다. 지하철 역명병기 사업은 지하철역 이름에 기업이나 기관 이름을 3년간 유상으로 병기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6년부터 서울교통공사의 재정난 극복과 적자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보통은 공공성, 규모 등을 고려해 지역의 대표성을 상징하는 곳이 역명병기에 선정이 되어 왔다. 문제는 서울교통공사가 입찰 참여기관의 기준 문턱을 낮추면서 단순히 많은 금액을 적어낸 기관이 낙찰되면서 주민들은 공공성이 훼손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품격도 낮아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7호선 논현역의 경우, 한 대형 안과에서 기초가격의 300%가 넘는 9억 원에 낙찰되어 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최근 발산역 역명병기 입찰에서도 의과대학 등 교육기관에 약 1000병상의 의료기관 대신 약 70병상의 개인 병원의 명칭이 낙찰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발산역 역명병기 입찰을 두고 서울교통공사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경쟁입찰이라는 방법을 택한 것이 주민들의 반발을 얻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최고금액을 제시해 입찰을 하는 것이 경쟁입찰인데 돈만 많이 내면 공공성이나 대표성 등이 고려되지 않고 결정되는 것이다. 입찰 조건을 규모, 명성, 공공성 등을 고려해 기준을 높이거나 더 까다롭게 심사를 진행해 ‘최적 입찰’을 진행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2021년 서울교통공사의 병기역명 대상기관 선정기준에 따르면 과거 의료기관 부문에서 ▲의료법 제3조(의료기관) 제2항 제 3호에 정한 병원급 의료기관 중 제 3조의3(종합병원), 제3조의4(상급종합병원), 제3조의5(전문병원)에 해당하는 기관 ▲동법 제3조의2(병원등)에 의거 150병상 이상 병원에서 ▲의료법 제3조 제 2항에서 정하고 있는 의료기관으로 기준이 완화된 바 있다. 

 

발산역 유상병기 사업에 참여했던 이대서울병원은 발산역 8번 출구가 연결되어 있으며 유동인구가 하루에 1만명에 달하는 다중이용시설로서 강서구민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대학병원 유치가 이루어져 이대서울병원 강서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각광받고 있다.

 

낙찰된 곳은 앞으로 3년 동안 원하는 기관명을 해당 역의 부역명으로 표기할 수 있으며 재입찰 없이 한차례 계약을 연장할 수도 있다. 최장 6년 동안 구민들도 잘 모르는 조그마한 정형외과가 발산역 주변을 대표하는 명칭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향후 이 사업은 지역을 대표하는 기관이나 공공성이 높은 곳보다는 단순히 많은 돈을 지불하는 곳이 지하철 역명을 점유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입찰 참여기관의 기준 문턱을 낮춰 수익성을 높이는 것은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명칭사용으로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없애는 소탐대실(小貪大失)임은 자명한 일이다. 

 

강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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