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관위, '자녀 채용' 의혹 특별감사 결과·후속대책 발표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31일 오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와 후속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3.5.31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고위 간부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거부하기로 했다.

반면 국민권익위원회의 집중 조사에는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강제 조사 권한이 없는 권익위가 단독 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공동조사를 주장했던 선관위 내부에서는 전 직원 인사 자료 제출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권익위 단독 조사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감사 거부 방침을 밝혔다.

감사원 감사는 기관이 국가 예산을 제대로 썼는지 들여다보는 회계검사와 기관 사무·직무에 대한 직무감찰로 나뉜다.

전날 감사원은 "선관위를 대상으로 채용, 승진 등 인력관리 전반에 걸쳐 적법성과 특혜 여부 등을 정밀 점검할 것"이라며 직무감찰을 예고한 바 있다.

반면, 선관위는 감사원으로부터 회계검사는 정기적으로 받고 있으나, 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어 직무감찰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관위는 국가공무원법 17조에 규정된 '선관위 소속 공무원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는 선관위 사무총장이 실시한다'는 내용을 감사원 감사를 받을 수 없다는 근거로 들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해 대선 사전투표에서 불거진 '소쿠리 투표' 논란 때도 감사원 직무감찰을 거부한 바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선관위를 상대로 정기감사를 벌였다. 감사원은 정기감사 착수 당시 "3년마다 선관위에 대해 회계나 단순 행정에 대해 감사했고, 이번에는 대선 선거관리 업무에 대한 직무 감찰도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고 선관위에 '소쿠리 투표' 관련 자료도 요청했다.

이에 선관위는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구이기 때문에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문서를 감사원에 보내 반발했고, 결국 '소쿠리 투표' 관련 감사는 불발됐다.

선관위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이번 간부 자녀 특혜채용 의혹을 두고도 감사원과 선관위의 충돌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선관위가 특혜채용 관련 자료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이번에는 선관위가 감사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감사원

 

선관위는 반면 권익위의 조사에는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권익위는 이날 "자녀 채용 비리 의혹 관련 전수조사를 오늘 시작했다"며 "국민권익위법에 의거한 실태조사권에 따라서 단독으로 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선관위 내부에서는 권익위의 단독 조사에 대해 선관위를 공격하기 위한 '언론플레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관위는 애초 권익위와 합동 조사를 추진했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강제 권한이 없는 권익위 조사는 (선관위 협조 없이) 한발짝도 못 나갈 수 있다"면서 "전수조사라면 전 직원과 퇴직자까지 살펴보는 것인데 이들의 개인정보를 그대로 권익위에 넘길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미 특혜 채용 의혹이 특정된 간부 관련 정보는 제공할 수 있어도, 전 직원의 인사기록을 권익위에 모두 제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권익위의 조사와 별개로 자체적인 전수조사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동일한 사안을 두고 두 기관의 조사가 각각 진행되면서 비효율적인 중복조사라는 비판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는 오는 2일 위원 회의를 열어 감사원 감사 수용 여부와 사무총·차장 인사 등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위원 회의를 통해 감사원 수용 여부가 최종적으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선관위의 감사원 감사 거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기현 대표는 수원 보훈 재활센터 방문 후 기자들이 선관위의 감사 거부에 대한 입장을 묻자 "황당하기 짝이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선거 관리와 관련된 고유의 업무라면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립성을 존중해야 마땅하겠지만, 고용 세습과 같은 일반 행정사무에 대해서도 선관위가 자기 마음대로 헌법 위에 존재하는 기관인 것처럼 군림한다면 용납되지 않는 일 아니겠나"고 비판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선관위는 그동안 독립성과 중립성을 방탄으로 악용해 외부의 감시와 감독을 회피해 왔다"며 감사원 감사 수용을 촉구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감사원 감사는 거부하고 권익위 조사는 받겠다고 말해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며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와중에도 내 입맛대로 골라서 조사를 받겠다는 것을 보면 선관위의 정상화는 아직도 먼 나라 얘기"라고 지적했다.

▲ 국민권익위원회 입구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동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